<마지막 한 푼> “아내를 살해한 도둑을 잡으려는 어느 석학의 피로 물든 복수”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의 대표작인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와는 달리, 이 작품은 주인공이 범인을 잡는 과정을 담고 있지 않다. 그와 반대로, 아내를 살해한 도둑을 잡기 위해 범죄자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범죄 인류학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다시 말해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범죄 인류학은 인종 차별적 요소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거의 미쳐버린 주인공은 범죄자들을 죽이며 그 골격을 통해 범죄 인류학의 타당성을 입증하려 한다. 복수심에 불타 상습적인 범죄자들을 차례차례 죽이는 가운데, 뜻 모를 희열을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100여 년 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현대의 스릴러물 못지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질환으로 나를 찾아온 험프리 챌로너는 범죄 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며 이내 친해졌는데, 갈수록 악화되는 그의 병이 걱정되었다. 그를 찾아간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의 개인 박물관을 둘러보는데 챌로너는 지금까지는 보여주지 않았던, 은폐 장소에 숨겨놓은 표본과 책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는 여태껏 한 번도 들려주지 않은 죽은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뒤, 챌로너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내게 넘겨주었기에, 그의 박물관에 가서 숨겨진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챌로너가 남긴 '박물관 기록'에는 죽은 아내를 대신해 범인에게 징벌을 내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책 속 한 구절
“하지만 경찰은 끝내 살인범을 잡지 못했다네. 그의 신원에 관한 단서라고는 요만큼도 나오지 않았지. 가정부를 찾기 위한 탐문 수색이 이루어졌으나, 그녀 역시 끝내 찾아내지 못했네. 검시 배심에서는 신원 불명의 범인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는 평결이 내려졌다네. 그러면서 사건은 그렇게 끝나버렸지. 사랑하는 내 아내가 편히 쉴 곳, 나도 곧 뒤따라 묻힐 그곳으로 그녀를 운구할 때, 나는 아내와 함께했네. 그러고는 텅 빈 집으로 홀로 돌아왔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네만, 나는 자살하지 않았지. 그 사이, 나는 내게 벌어진 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았다네. 경찰이 그 악당을 잡지 못할 거라는 건, 내게는 처음부터 명백한 사실이었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놈은 붙잡혔어야 했지. 따라서 그놈은 일종의 빚을 진 셈이고, 그 빚을 반드시 갚아야 했네. 해서 그 빚을 징수하기 위해, 나는 아내를 따라 죽는 대신 뒤에 남았던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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