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정교한 트릭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로
한국 추리소설을 선도하는 도진기 작가의 신작
2010년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첫 장편소설 《붉은 집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총 7편의 단행본을 열정적으로 출간하며 한국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도진기 작가의 신작 《가족의 탄생》이 시공사에서 출간되었다. 도진기 작가는 수수께끼 풀이에 집중하는 본격 미스터리, 이른바 탐정소설을 창작하는 작가군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추리문학계에서, 저명한 외국 작가들의 걸작으로 눈이 높아진 마니아들과 기자들을 만족시킨 몇 안 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추리소설로는 드물게 출간되자마자 초판을 팔아치우고, 일본 미스터리만 계약된다는 중국 출판시장에 2개 시리즈 중 총 4편의 타이틀이 수출되는 등 도진기 작가는 그동안 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바라왔던 한국 추리소설의 부활과 현지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해왔다.
2015년 데뷔 5년 차를 맞은 도진기 작가는 치밀한 플롯과 개성 강한 캐릭터, 외국소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트릭과 추리 과정, 그리고 현직 판사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보장된 전문성을 무기로 한 단계 진화된 추리소설을 선보이게 되었다. 거액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한 가족의 추악한 민낯과,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는 하지만 남녀라는 타인이 만나 이루어지는 가족의 불완전함을 다룬 《가족의 탄생》은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도진기 작가의 전환점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선악을 단정 짓지 않고 법의 빈틈을 찾아내어 이용하는 데 일말의 주저도 없는 백수 탐정 진구의 진면목과 함께,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 또한 드러난다.
상속 재산의 향방을 결정짓는 마지막 장면에서 법의 허점을 오히려 완벽한 방패로 만들어 판도를 뒤엎는 진구의 선택에 독자는 통쾌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또한 진구는 어둠의 변호사로 알려진 고진과 서로 반대편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는데, 각 시리즈에서 불패의 기록을 경신해온 두 남자의 대결은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본작에서는 반가운 얼굴이 또 한 명 등장한다. 고진의 숙적으로 《정신자살》에서 등장한 바 있는 이탁오 박사가 외전에서 진구와 만나는데, 독자는 진구와 고진의 첫 대결 외 이탁오 박사가 평생을 두고 꾀하는 궁극의 계획까지 살짝 엿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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