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누구?> 1923년 출간된 『시체는 누구?Whose Body』는 추리 소설사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도로시 L.세이어즈의 피터 웜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어느 날 아침 평범한 건축가의 집 안 욕조에서 오로지 황금 코안경만을 걸친 벌거벗은 시체가 나타난다. 이 사건은 부유한 유태인 사업가의 실종과 얽히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독자들을 런던의 밤거리로 안내하는 피터 웜지 경은 미스터리에서 단지 '누구'에만 집착하지 않고, '어떻게', '왜'를 물으며 인간의 심연을 관찰한다. 극 전개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의 영국과 귀족이라는 배경에 대한 경쾌한 스케치로 작가의 문학적 기교를 마음껏 발산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도로시 L.세이어즈의 작품 세계를 시작하는 첫 단추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놀라운 성공 이후, 추리소설 시장은 풍성해졌다. 특히 영국의 경우 빅토리아 시대 말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무렵까지 “오로지 추리소설만 팔렸다”, 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추리소설은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시기, 이 시기는 훗날 추리소설 사에 있어 ‘골든 에이지 the golden age’, 추리소설의 황금기라고 불린다.
옥스퍼드 대학의 학위를 취득한 첫 여성이자 신학자, 저술가였던 도로시 L. 세이어즈는 이러한 추리소설의 황금기에 최고의 작가로 손꼽힌다. 그녀는 G. K. 체스터튼, E. C. 벤틀리, C. S. 루이스, T. S. 엘리엇, J. R. R. 톨킨 등 당대 작가들과 교류하며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세이어즈라는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역시 추리소설이다. 1923년 발표된 『시체는 누구?』 이후 장장 15년 동안 지속됐던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고전 추리소설의 특징을 잘 나타내면서 문학적으로 고양돼 있어 훗날 평단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도로시 L. 세이어즈의 강력한 라이벌은 1970년대까지 활동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였다. 세이어즈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추리소설을 쓰지 않고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등 신학 연구에 매진하지 않았다면 아마 ‘범죄의 여왕’이라는 호칭은 그녀가 차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로시 L. 세이어즈의 페르소나 피터 윔지 경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탐정 중 한 명이다. 다소 불우했던 작가의 사생활이 투영된 만큼, 그는 어떤 여성이라도 빠질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윔지 경은 호기심 많고 지혜로우며 호탕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데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측은한 모습도 보여 준다.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영국 BBC에서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등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됐다.
덴버 공작 가의 둘째 아들로, 서적 애호가이자 범죄 수사가 취미인 이 매력적인 탐정은 『시체는 누구?』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왓슨 격인 하인 번터와 함께 다소 요란스럽게 독자 앞에 등장한다. 건축가의 집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 하지만 기이하게도 시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황금 코안경 하나만 코 위에 얹혀 있다. 여기에 부유한 유태인 사업가의 실종이 함께 얽히면서, 피터 윔지 경은 취미 생활이라도 만끽하는 듯 수사를 시작한다.
『시체는 누구?』는 기이한 범죄, 논리적 추리, 뜻밖의 결론이라는 황금기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세이어즈는 사회상과 사상의 흐름을 가장 인기 있던 장르 속에서 탁월한 문학적 기교로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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