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에 귀신은 없다> 석두는 요즘 룸메이트인 호철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취직이 안 돼 빌빌거리는 친구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고 있는 자신에게 커다란 실수를 연달아 벌인 것이었다.
양복 한 벌 장만할 여유가 없는 호철에게 석두는 자신의 옷을 기꺼이 빌려주곤 했다.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간다는 친구에게 그까짓 것쯤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었다. 며칠 전 그날도 호철은 면접을 위해 석두의 옷을 빌려 입고 나갔다. 특히 그날 빌려준 옷은 석두가 평소 아끼던 것이었다. 석두 자신이 첫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입었던 옷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행운의 옷이었다.
그러나 행운은 석두에게만 적용이 되는 모양이었다. 술에 취해 들어온 호철은 낡고 유행이 지난 석두의 옷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다고 불평하면서 옷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호철은 필름이 끊겨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라면으로 해장을 할 뿐이었다. 그런 호철에게 석두는 옷을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부탁하곤 출근을 했다.
며칠 뒤 일요일에 세탁소에 가게 된 석두는 호철이 세탁소에 들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가 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는데, 석두의 또 다른 옷을 입고 면접을 보러가는 호철과 길에서 맞닥뜨렸다. 면접을 보러가는 친구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던 석두는 속으로 화를 식힐 뿐이었다. 면접에 떨어진 호철은 그날 밤에도 만취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석두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꼴 보기 싫은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집에 발을 들여놓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일을 위해 쉬긴 쉬어야 했다. 차에서 내린 석두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인지 불은 켜져 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이 녀석이 또 어딜 나갔나 생각하며 열쇠로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불을 뒤집어쓴 호철이 인기척에 벌벌 떨고 있었다. 알고 보니 녀석은 사채를 빌려 쓰고 못 갚는 처지였다. 휴대폰으로 최후통첩을 보낸 사채업자들의 문자메시지가 수십 통이나 되었다. 석두는 친구의 한심한 꼬락서니가 답답할 노릇이었다.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석두는 호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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