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인간 3권

모래인간 3권

<모래인간 3권> “엄만 원래부터 없었어요. 할머니는 바닷가에서 민박을 해요. 그 집에 난 이제 안 가요. 언제부턴가 여름만 되면 아저씨들이 집적대거든요. 거긴 집이 아니라 냄새나는 시궁창이에요. 내 몸의 거기에도 더러운 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할머니도 점점 더러워졌어요. 눈에서도 코에서도 입에서도 더러운 물이 나오고…….”

“음. 독침으로 뱀을 쓰러뜨리는 거미도 있잖아요. 머리부터 즙을 다 빨아먹고 나서 헝겊같이 된 뱀 껍질을 굴 밖으로 내다 버린다니까요. 그런데 아저씨, 난 요새 참 이상해요. 나를 괴롭히던 끔찍하고 더러운 것뿐만 아니라 내 눈에 띄는 싱싱하고 싱그러운 것들도 다 해치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니까요.”
너는 세상의 모든 것에 적의를 느끼는 듯했다. 나를 삼킬 것처럼 창백한 얼굴을 내게로 들이밀었다.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앉았다. 너는 내 반응에 소리 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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