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탑> 푸른탑
물위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봐, 철교야."
강폭이 넓어져 오는 수면에 간지러운 모터의 음향이 새겨지고, 뱃머리가 뾰족하고 하얀 배가 물의 요정처럼 재빠르다.수맥을 뒤로 길게 끌면서 달리는 뱃전에 상쾌한 감각이 전해져 온다.물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강변의 백양나무 가로수를 바라보며 모두들 상쾌한 기분이었다.보트의 세 남자, 여기에 홍일점을 가하여 4인의 즐거운 하루의 행락은 수마일 의 상류를 우회하고 돌아오는 해질 무렵이였다.
"이렇게 우리 원족은 끝났다.이건가."
"여름도 끝났다.그렇다."
들떠 떠드는 하나이(花井[화정])와는 반대로 안영민(安英民)은 좀 말수가 적었다.
그 성격적인 차이를 얽어서 이상한 분위기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이는 것이 마키(牧[목])와 그의 여동생 요코(洋子[양자])였다.요코를 보면서 마키는 한층 소리를 높여 말한다.
"올해의 강 놀이는 이것으로 끝이다."
"유쾌한 하루였어요.하지만 사치스러웠어요."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구나."
"내일부터는 공부해야 해, 열심히.특히 안군에게는 중대한 일이 있으니까 말이야."
요코를 사이에 두고 영민과 하나이가 양쪽 뱃전에 기대어 있었다.마키의 말로 영민이가 수면에서 시선을 돌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은 요코는,
"그랬었군요.중요한 논문이 잘 진척되기를 빌어요."
"고마워요.이제 한 발짝만 남았으니까 어려운 일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 드리고 싶은데요."
"그럴 건 없어요."
"타이프라이터로 치는 것이라면, 조금은 칠 수 있어요."
"아니요, 고마워요."
영민의 말꼬리를 거머잡듯이 하나이는 웃는 얼굴을 보였다.
"그럼, 요코씨.내일부터 안군의 타이피스트가 되지요."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타이피스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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