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아사> 전아사(餞迓辭)
형님,
일부러 먼먼 길에 찾아오셨던 것도 황송하온데 또 이처럼 정다운 글까지 주시니 어떻게 감격하온지 무어라 여쭐 수 없읍니다. 형님은 그저 내가 형님의 말씀을 귀밖으로 듣는 것이 섭섭하게 여기시지만 나는 참말이지 귀밖으로 듣지는 않았읍니다. 지금도 내 눈앞에는 초연히 앉으셔서 수연한 빛을 띠시던 형님의 모양이 아른아른 보이고, 순순히 타이르고 민민히 책망하시던 것이 그저 귓속에 쟁쟁거립니다.
"형님, 왜 올라오셨어요?"
지난 여름, 형님께서 서울 오셨을 제 나는 형님을 모시고 성균관 앞 잔솔밭에 나가서 이렇게 여쭈었읍니다.
"그건 왜 새삼스럽게 묻니? 너 데리러……."
형님의 말씀은 떨리었읍니다.
"저를 데려다가는 뭘 하셔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흐리어 가는 형님의 낯을 뵈옵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뭘 하다니? 얘, 네가 실신을 했나 보다? 그래 내가 온 것이 글렀단 말이냐?"
형님은 너무도 안타까운 듯이 가슴을 치셨읍니다.
"형님, 왜 그렇게 상심하셔요? 버려 두셔요. 제 하는 일을 버려 두셔요."
무어라 여쭈면 좋을는지 서두를 못 차린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읍니다.
"글쎄 그게 무슨 일이냐? 응…… 내가 네 하는 일을 간섭할 권리가 무어냐마는 네가 이런 일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눈을 뜨고 보겠니? 집 떠난 일을 생각해야지. 집 떠난 일을……. 왜 내 말은 안 듣니? 네 친형이 아니라구 그러니?"
"아이구 형님두."
나는 형님의 말씀이 그치기 전에 형님 앞에 쓰러져 울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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