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

유모

<유모> 유모(乳母)
유모 제도(?)에 대한 아무런 비판도 없이 나는 유모를 두었다. 아내한테 쪼들리는 것도 쪼들리는 것이려니와 첫째 나 자신이 아이한테 볶여서 못살 지경이었다.
어떤 편이냐면 아내는 사대사상(事大思想)의 소유자였다. 아내 자신은 자기는 그렇게 크게 취급하지도 않는 것을 내가 되게 크게 벌여놔서 자기가 사대주의자가 되는 것처럼 푸우푸우 하지마는 입덧이 났을 때부터 벌써 산파 걱정을 하는 것이라든가, 아직 피가 엉기지도 않았을 때건만 아이가 논다고 수선을 피우는 것이라든가, 당신 친구 부인에 혹 산파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아침마다 한마디씩 주장질을 하는 것이라든가, 그것을 나이 어린 탓으로 돌리면 못 돌릴 것도 없기는 하지마는 어쨌든 사대주의자라는 것만은 면할 도리가 없었다. 물론 나이 어린 탓도 있기는 했다. 그런데다가 어머니 아버지가 등잔덩이처럼 살아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식구가 꿀벌처럼 엉겨들어서 버젓한 외딸이면서도 아기자기한 부모의 정을 모르고 자라난 아내였고, 나 자신이 또한 이렇다는 이유는 없으면서도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눈을 못 맞추고 십여 년을 제멋대로 굴러다닌 사람이라 아내라기보다는 친구의 누이에게 대하는 것 같은 애정으로 아내에게 대해온 관계로 아내는 나를 어려워하는 대신 응석을 한다.
그러한 아내인지라 유모 걱정을 하는 것은 예사로 들어왔다. 그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번연히 제 달이 찼고 아내의 배가 빵그랗게 일어난 것을 내 눈으로 보면서도 산파 때문에 재수를 하는 아내를 그저 픽픽 웃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온 방안을 매대기를 치면서 복통을 호소할 때서야 부랴부랴 산파 주선을 하다가 뒤늦고 말았다. 그래서 생전 해보지도 못한 해산 시중을 식모하고 치른 쓴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젖이 안 난다고 울상을 해도 나는 들을 때뿐이지, 밖에만 나가면 잊어버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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