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동댁> 용동댁(龍洞宅)
열어젖힌 건넌방 앞문 안으로 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용동댁은 한참 바느질이 자지러졌다.
마당에는 중복(中伏)의 한낮 겨운 불볕이 기승으로 내려쪼이고 있다. 폭양에 너울 쓴 호박덩굴의 얼기설기 섶울타리를 덮은 울타리 너머로 중동 가린 앞산이 웃도리만 멀찍이 넘겨다보인다.
바른편으로 마당 귀퉁이에 늙은 살구나무가 한 그루 벌써 잎에는 누른 기운이 돈다. 바람이 깜박 자고 그 숱한 잎사귀가 하나도 까딱도 않는다.
집은 안팎이 텅하니 비어 어디서 바스락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집 뒤의 골목길이고 집 앞의 행길이고 사람 하나 지나가는 기척도 없다. 이웃도 모두 빈집같이 조용만 하다.
보기에도 답답하고, 마치 세상이 가다가 말고서 끄윽 잠겨 움직이지 않는 성싶게 하품이 절로 나오는 여름날 오후의 정적이다.
그 정적이 너무 지나치게 과해서 도리어 신경이 절로 놀랐음이이라. 용동댁은 골몰했던 바느질손을 문득 멈추고, 소스라쳐 한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든다.
이런 때에 모친이라도 옆에 있다가 보든지 하면, 젊은 홀어미의 청승맞은 한숨이라고, 그 끝에 자기 딴은 딸의 신세를 여겨 눈물을 질끔질끔하곤 하지만, 사실이 또 청상과수로서 한숨이 없는 바 아니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용동댁인들 무슨 주야장천 과부 한탄이요, 숨길마다 그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