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 산가(山家)
피어오르는 듯한 이웃집 처녀에게 하염없는 짝사랑을 해오다가 마침내 젊은 것한테 애인을 빼앗기고 남산을 지향없이 헤매고 있던 한 늙은 호랑이가 한양성을 쌓는 바람에 공주 계룡산을 찾아가다가 때마침 나이 삼십이 넘도록 혼처를 구하지 못하고 비관하던 나머지 목을 매러 산에 올랐던 처녀를 만나서 손에 손을 잡고 멀리 계룡산으로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아갔다는 ― 듣기에도 맹랑한 전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구혈산(九穴山) 밑 반신불수가 된 느티나무와 호랑이가 처녀와 잔치를 했다는 초례봉 사이로 아담스러운 동리가 하나 있다.
가물에 콩 나듯 감나무와 대추나무 사이로 뜸뜸히 한 채씩 집이 놓여지기는 했을망정 달걀껍데길 재켜놓은 것같이 산잔등이 둘러싸서 그지없이 아늑한 인상을 준다. 집이라고 여남은 채 ― 그러나 실상은 도합 일곱 집이었다. 나머지 세 채는 집이 아니라 건넌마을 김 주사가 억지로 꾸리게 한 거름집이었다. 이 동리가 궁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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