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번반년> 벌번반년(罰番半年)
서울 중부 견평방(中部 堅平坊)
지금(1946년 현재)은 거기 서 있는 건물(建物)도 헐리어 없어져서 빈 터만 남았지만, 연전까지는 빈 벽돌집이나마 서 있었고, 그전 잠깐은 화재 뒤의 화신백화점(和信百貨店)이 임시영업소로 썼고, 그전에는 수십 년간 종로경찰서의 청사(廳舍)로 사용되었고, 또 그전에는‘한성 전기회사’가 있던 곳.
그 곳은 이태조 한양 정도 후에 순군만호부(巡軍萬戶府)를 두었던 곳이다. 순군만호부는 태종 이년에 순위부(巡衛府)라 이름을 고치었다가, 삼년에 다시 의용순금사(義勇巡禁司)라 칭하였다가, 십사년에 의금부(義禁府)라 다시 고친 것으로서, 속칭 왕옥(王獄) 왕부(王府) 금오청(金吾廳) 금부(禁府) 등등으로 불리우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태고 적부터 변함없이 동쪽으로 떴다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이 날도 여전히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집집의 지붕 위로 솟은 굴뚝에서는 마지막 연기까지도 사라지고 고요한 밤이 이르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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