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내일 모레가 추석 ── 열사흘달이 천심 높다랗게 솟아 있다. 일 년 열두달 그중 달이 좋다는 추석달이다. 거진 다 둥그렀고 거울같이 맑다. 밤은 이윽히 깊어 울던 벌레도 잠자고 괴괴하고…… 촉촉한 이슬기를 머금고 달빛만 빈 뜰에 가득 괴어 꿈속이고 싶은 황홀한 밤이었다.
새댁 진주는 우물에 두레박을 드리운 채 자아올릴 생각을 잊고 서서 하도 좋은 달밤에 잠깐 정신이 팔린다. 무엇인지 저절로 마음이 흥그러워지려고 하고 이런 좋은 달밤을 두어두고 이내 도로 들어가기가 아까운 것 같았다. 언제까지고 내처 이대로 있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또 혼자서 이렇게는 더 아까운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아까운 것이 가만히 또 재미가 있기도 하였다. 한 어리고 처녀답게 순진스런 감성일 것이다. 시집을 오고 머리쪽을 지어서 이름이 각시니 새댁이니지 아직껏 그는 열두살박이 새서방 준호의 도련님 시중이나 들고 이야기 동무나 하여 주고 하는 곱다시 처녀요 갓 열여
덟의 어린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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