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지리하던 장마가 들었다. 한 주일동안이나 퍼붓던 비는 서 울 한복판을 지글지글 끓이던 더위와 후터분한 티끌을 한바 탕 훌부시어 내었다. 얕은 하늘에 칡넝쿨 같이 서리었던 구 름장은 선들바람에 쫓기어 바닷속의 풀잎처럼 흐느적 기다 가는 스러지는 저녁놀에 물이 들어서 산호가지 같이 빨갛게 타는 상싶다.
남대문통 씨멘트를 깔아논 길바닥은 걸레질을 쳐논것처럼 윤이 흘렀다.
"에 좀 찬찬이 가자꾸나 아직두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세로 약칠한 흰 구두뿌리를 맵시있게 제기면서 걸어가던 동무의 소매를 끌어다녔다.
"벌써 표는 죄다 팔렸다는데 어서 따러와요"
앞서 가던 여자는 팔뚝시계를 들여다 보며 사뭇 달음박질 을 한다. 잠자리 날개같이 다려입은 불란사 깨끼적삼에 땀 이 배어 등어리의 하얀살이 내비쳤다. 그들의 뒤에도 젊은 남녀가 쌍쌍히 따랐다.
전차속도 부펐다. 손잡이에 매달려 가는 사람이 적지않다.
"요셋돈 삼원이면 쌀이 반가마닌데 밑천이나 뽑을까?"
"나역시 큰 오입인걸 그렇지만 독일 본바닥에서 공부를 했 다니깐 상당할테지……."
입장권을 떼어맡기니까 체면상 참석 안할 수가 없어서 나 선 교역자 비슷한 사람들의 주고 받는 말이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