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새> 왼편은 나무 한 그루 없이 보이느니 무덤들만 다닥다닥 박혀 있는 잔디 벌판이 빗밋이 산발을 타고 올라간 공동묘지.
바른편은 누르붉은 사석이 흉하게 드러난 못생긴 왜송이 듬성듬성 눌어붙은 산비탈.
이 사이를 좁다란 산협 소로가 꼬불꼬불 깔끄막져서 높다랗게 고개를 넘어갔다 . 소복히 자란 길 옆의 풀숲으로 입하(立夏) 지난 햇빛이 맑게 드리웠다.
풀포기 군데군데 간드러진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섰다. 제비꽃은 자주빛, 눈곱만씩한 괭이밥꽃은 노랗다. 하얀 무릇꽃도 한참이다.
대황도 꽃만은 곱다.
할미꽃은 다 늙게야 허리를 펴고 흰 머리털을 날린다.
구름이 지나가느라고 그늘이 한 떼 덮였다가 도로 밝아진다.
솔푸덕에서 놀란 꿩이 잘겁하게 울고 날아간다.
미럭쇠는 이 경사 급한 깔끄막길을 무거운 나뭇짐에 눌려 끙끙 어렵사리 올라가고 있다.
꾀는 없고 욕심만 많아, 마침 또 지난 장에 새로 베려온 곡괭이가 알심있이 손에 맞겠다, 한데 산림간수한테 오기는 있어, 들키면 경을 치기는 매일반이라서 들이 닥치는 대로 철쭉 등걸이야. 진달래 등걸이야 소나무 등걸이야 더러는 멀쩡한 옹근 솔까지 마구 작살을 낸 것이, 해놓고 보니 필경 짐에 넘치는 것을 제 기운만 믿고 짊어진 것까지는 좋았으나, 산에 내려오면서는 몇번이고 앞으로 꼬꾸라질 뻔했고 시방 이 길을 올라가는 데도 여간만 된 게 아니다.
게다가 사월의 긴긴 해에 한낮이 훨씬 겨워 거진 새때나 되었으니 안 먹은 점심이 시장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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