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록> ‘ははやまひおもしいもおと(母病重[모병중], 妹[매])’
‘ははもどくすくこいいもと(母危篤[모위독] 直行[직행], 妹[매])’
두 장의 전보. 나는 가슴이 선뜩하였다.
이틀 전에 어느 시골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새벽차에 돌아와서 집에 들어서는 참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보 두장.
그 새 사십여 시간 동안은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이야기 때문에 한 잠도 자지 못하였다. 그 피곤한 몸을 좀 쉬려고 어서 자리를 찾아오느라고 집으로 뛰쳐든 때에 의외에도 이 두 장의 전보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보의 날짜를 보매 한 장은 그저께 저녁, 또 한 장은 어제 아침이었다.
그저께 저녁에 전보를 놓고 여컷 새벽차를 기다려 보아서 안 오니까 재차 전보를 친 것이 분명하였다. 어제 아침에 전보를 놓은 뒤에는 아직 다시 전보가 안 오는 것을 보니 평양(平壤)서는 내 불효(不孝)를 욕하면서 내게는 다시 전보도 안 친 셈인 모양이다.
이틀 동안을 자지를 못하여서 몹시 신경이 둔하게 된 나는 이런 급한 경우에 두서를 차리지를 못하였다.
“여보 어떡해야겠소?”
“아침 차로 가셔야지요.”
무론 가야 할 것이다. 내가 물어 본 것은 집안이 다 갈까, 나 혼자 갈까를 의논한 것이었다.
현대에 살아 가는 비애로서는 온갖 문제의 앞에 경제 문제라는 것이 걸려 있다. 이 달도 벌써 중순이 지난 지금, 집안 전 식구가 내려갈 차비며 내려 가 있을 동안의 비용이 준비되어 있을 까닭이 없다. 이 이른 새벽에 어디 나가서 그 비용을 갑자기 마련할 수단도 없었다.
여덟시 십분. 아침 기차 시간까지는 인제 겨우 한 시간 남아쯤, 그러나 나는 다만 가슴이 설렁거리고 서늘할 뿐 두서를 차리지를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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