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승신수(怪僧信修)> 윤백남의 야담소설집
파주(坡州) 낙수(落水) 남편에 있는 승(僧) 신수(信修)의 암자에는 오늘밤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으로 불빛이 절 밖에까지 비치어 흐르며 흥에 겨운 듯한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드믄드믄 들려온다.
때는 여말(麗末) 홍건적의 난리입네, 김용(金鏞)의 반란입네 하고 온 나라가 물끓듯하건만 이 파주 한 고을만은 세상사를 등진듯이 지극히 평화하게 지내가는 터이다.
『또 이 화상 한잔 하시나보군.』
하고 마침 그 암자 앞을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발을 멈추고 절 속을 기웃거렸다.
『흥 저자의 한잔이란 남의 백잔꼴은 되거든.』
같이 가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을 받으며 역시 발을 멈춘다.
신수는 이미 육십 가까운 노승으로 몸이 비록 승상(僧相)이나 원체 술을 잘 먹어 얼마든지 있는대로 한자리에서 마셔 버리고 마는고로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 모양을 바닷속의 고래가 물먹듯한다고 모두 웃었다.
더욱이 그 음주하는 태도가 유쾌하니 사람들이 실없이 놀리느라고 혹 소(牛) 오줌 같은 것을 가져다주며 먹으라고 졸라도 허허 웃고 단숨에 들이키면서,
『이 술이 심히 쓰다.』
하고 배를 두드렸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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