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겨우 뜰 때

눈을 겨우 뜰 때

<눈을 겨우 뜰 때> 눈을 겨우 뜰 때

위아래, 동서남북, 모두 불이다.
강좌우편 언덕에 달아 놓은 불, 배에서 빛나는 수 천의 불, 지절거리며 오르내리는 수 없는 배, 배 틈으로 조금씩 보이는 물에서 반짝이는 푸른 불, 언덕과 배에서 지절거리는 사람의 떼, 그 지절거림을 누르고 때로는 크게 울리는 기생의 노래, 그것을 모두 싼 어두운 대기에 반사하는 빛, 강렬한 사람의 냄새…… 유명한 평양 4월 8일의 불놀이의 경치를 순서 없이 벌여 놓으면 대개 이것이다.
도깨비는 어둠에 모여들고 사람은 불에 모여든다.
그들은 거기서 삶을 찾고 즐거움을 찾고 위안을 찾으려 한다.
사정 없이 조그만 틈까지라도 비추는 해에게 괴로움을 받던 〈 사람〉들은, 비추면서도 덮어 주고 빛나면서도 여유가 있고 나타내면서도 감싸 주는 불 아래로 모여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답게 빛나는 불 밑에서 그들은 웃으며 즐기며 춤추며 날뛰면서, 하루 종일 받은 괴로움을 잊으며, 또는 오늘날에 이를 어지러움을 생각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불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똑똑히 나타낸 자가 4월 8일의 불놀이이다.
불을 그리는 〈 사람〉은 온갖 궁리를 다하여 불 아래 모여 즐길 기회를 지어 내었다. 이리하여 야회, 댄스, 일루미네이션, 요리집, 야시, 모든 것은 생겨났다.
그러나 만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이것뿐으로 넉넉 타 아니하였다. 여기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만인이 함께 모여서 함께 즐기며 함께 덤빌 기회를 또 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우리의 그것은 4월 8일의 불놀이이다.
몇 해 동안을 벼르기만 하고 하지는 못하였던 불놀이가 금년에는 실현된다 할 때에, 평양 사람의 마음은 뛰었다. 여드렛날 해 있을 때부터 오륙백 짝의 배는 불과 음식을 준비하고 각 장수들은 전을 걷고 불놀이 구경준비에 분주하였다. 이리하여 해가 용악으로 넘고 여드렛날 반달이 차차 빛을 내며 자주빛 하늘이 차차 푸르게 검게 밤으로 들어설 때까지는 해로부터 괴로움을 받던 사람들의 불을 그려 모여드는 무리, 외로움에 슬퍼하던 사람들의 흥성거림을 찾아 모여드는 무리, 한 해 동안을 수판에 머리를 썩이던 사람들의 하룻밤의 안락을 얻으려 모여드는 무리, 또는 유명한〈불놀이〉를 그려 평양을 찾아 모여드는 딴 곳 사람의 무리, 그 가운데 돈벌이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다니는 계집의 무리들로서 십 리 길이 되는 해관 선창에서 부벽루까지에 총총 달아 놓은 등 아래는 수만 명으로 셀 사람의 병풍이 세워지고, 재간껏 장식한 오륙백 짝의 배에는 먼저 주선함으로 탈 수 있게 된 행복된 사람으로 가득찼다. 평양성내에는 늙은이와 탈난 사람이 집을 지킬 뿐 모두 대동강 가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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