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죽음

<죽음> 죽음
한용운의 장편소설

책 속으로-------------------------------------------------------------------------------------------

『탕!』
하는 폭발탄 터지는 소리는 경성의 복잡하고 산만한 공기 를 울려서 천이면 천 사람, 만이면 만 사람의 다 각기 다른 여러 가지의 마음을 비교적 단순하게 통일을 시켰다.
이것은 계해년 팔월 스무 아흐렛날 오전 열한시, 곧 한일 합방 기념일의 일이었다. 폭탄 소리는 어느 나라와 어느 때 에라도 사람에게 의심스럽고 두려운 인상을 주는 것이다.
하물며 특수한 사정을 가지고 이상한 조선 사람, 그중에도 도회지인 경성에 있어서 신경이 더욱 발달되고 사정이 더욱 복잡한 여러 사람의 마음은 평화롭지 못한 폭탄 소리를 듣 고 이상한 자극을 받아서 절반은 의심하고 절반은 믿는 것 같은 방면으로 모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다른 의심과 특별한 무서움을 가지고 거친 들의 미친 바람에 흔들리는 외로운 꽃처럼 마음 속 깊이까지 떨 고 있는 사람은 계동(桂洞)의 조그만 초가집 건넌방에 도사 리고 앉아서 꽃 같은 얼굴과 옥 같은 마음이 서로 비치는 예쁜 영옥이었다.
폭발탄 터지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종로 경찰서의 전화 전 종이 울렸다. 어느 순사가 전화를 받고 서서,
『네, 그렇소. 누구요? ……경성 신문사에……그런데 무슨 일이요……말을 채 대답도 않고 전화를 끊나.』
하며 순사는 김 종철이가 인사동에 있는 경성 신문사의 편 집실에 폭탄을 던지고 나서 종로 경찰서에 자현하러 가겠다 고 먼저 전화를 한 것인데, 곧 가서 말하겠다고 자세한 말 은 않고 전화를 끊은 것이다.
전화 받은 순사가 서장에게 가서 전화 받은 말을 다하기 전에 서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청년 한 사람이 들어 와서 한손으로 모자를 벗으면서 서장을 향하여 고개를 끄덕 하고,
『나는 김 종철이요. 경성 신문사에 폭탄을 던지고 자현하 러 왔소.』
하고 기침을 한 번 하고서 몸을 똑바로 서서 조금도 군속 하고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순사에게서 전화 받은 말을 들 을 때에 긴장된 서장은 자현하는 김 종철의 살기를 띤 얼굴 과 단단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장은 순사의 말을 정지시키고 종철을 향하여,
『그래, 무슨 일로 폭탄을 던졌노?』
종철은 얼굴빛을 고치고 한가한 어조로,
『신문의 기사가 잘못되어서 그랬소.』
하고 포켓에서 신문 한 장을 내어서 서장을 주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 서장은 그런 일은 자기가 직접 물을 것 이 아닐 뿐 아니라 다른 바쁜 일이 있다는 듯이 종철의 말 을 중지시키고 순사로 하여금 종철을 안동하여 사법계로 보 냈다. 그리고 급히 심부름꾼을 보내서 고등계 주임을 청해 왔다. 서장은 고등계 주임을 대하여,
『어거 또 큰일났소그려.』
『무슨 일이요?』
『경성 신문사에 폭탄을 던졌답니다.』
『폭탄요? 누가 던졌소? 아까 나던 소리가 그 폭탄 소리였 읍니다그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조사를 하려고 하는 차입 니다.』
하고 주임은 놀라고 긴장한 어조로 말하였다.
『폭탄 던진 자는 김 종철이라나요?』
하고 서장은 말을 계속하였다.
『김 종철인 웬 사람이요?』
『글세, 모르겠소, 아직.』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인지도 모릅니다. 속히 가서 조사하여 보시오.』
하고 서장은 매우 급한 기색을 보이면서 김 종철이가 자현 하였다는 말도 미처 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물론 서장의 실 태이지만 폭탄 소리에 여러 번 놀라서 정신이 빠진 경성의 경찰서장으로는 그만한 실태쯤은 그다지 괴이한 일은 아니다. 고등계 주임도 서장이 어째서 경성 신문사에 폭탄을 던 진 것을 알았으며, 김 종철이가 던진 줄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것을 묻지 않았다. 그것을 묻지 않은 것은 경찰서 정탐기 관의 주노되는 고등계 주임으로는 영리하지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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