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의 사> 이차돈(異次頓)의 사(死)
이광수의 장편소설
책 속으로------------------------------------------------
"상감마마께 아뢰나이다. 이 몸은 임금이시오 형님이신 상 감마마의 바다 같으신 은혜를 입사오면서도 고마운 줄을 모 르옵고 감히 불측한 뜻으로 우으로 상감마마의 거룩하오신 마음을 슬프게 하삽고 또 무죄한 사람을 모함하여 죽였사오 니 하늘이 무심치 아니하와 마땅히 받을 벌을 받사와 이제 집을 잃사옵고, 비록 목숨을 살려 주신다 하시오나 살아서 하늘과 사람을 대할 면목이 없사옵기로 차라리 이 더러운 몸을 없이하와 나라를 깨끗이 하삽고 뒷 자손들에게 악한 사람의 끝이 어떠한 것인가 보이옵고저 마지막으로 신궁에 상감마마와 신라 나라의 만세를 비옵고 배를 갈라 죄를 사 하삽나이다. 이 몸의 아내를 이 몸 손수 죽이고 죽을 것이 오나 뱃속에 든 목숨이 가긍하와 뒤에 남기오니, 상감마마, 바다 같으시고 하늘 같으신 은혜로 그 목숨이 길어나게 하 시옵소서. 써 아바마마의 혈속이 끊이지 아니하게 하옵고저 하나이다. 죄 많은 신하요 아우인 선마로, 피눈물로 적어 사 뢰나이다."
상감은 이 글을 다 읽으시고 손이 떨리사 그 종이를 떨어 뜨리시며,
"오, 선마로가 죽었느냐? 오, 만일 선마로의 아들이 나면 그로써 태자를 삼으리라."
하시고는 눈물을 씻으시고, 다시 몸을 돌리시와 이차돈의 관 머리를 만지시며,
"오, 이차돈, 네 말이 옳도다. 옳음의 피는 헛되이 흐름이 없도다. 옳음의 피는 큰 소리를 발하도다."
하시고 고개를 숙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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