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동명왕

사랑의 동명왕

<사랑의 동명왕> 이광수 장편소설
사랑의 동명왕

책 속으로---------------

가섬벌칠월이면 벌써 서늘하였다. 한개울 물은 소리없이 흐르는데 뒷산 모퉁이 늙은 버들 그늘에 단둘이 손을 마주 잡고 차마 떠나지 못하는 젊은 남녀 한쌍, 그들은 활 잘 쏘 는 주몽과 얼굴 잘난 예랑이었다. 보름을 지나 약간 이지러 진 달이 솟은 것을 보니, 밤은 적지 않이 깊은 것이었다. 달 빛 때문에 그 많던 반딧불이 그늘진 데서만 반짝반짝하고 있었다. 달빛을 담고 흐르는 강물이나 엷은 안개와 달빛에 가리워진 벌판이나 모두 사랑과 젊음에 취한 두 사람의 마 음과도 같았다.

『인제 그만 가셔요, 내일 또 만나게. 어른님네 걱정하시 지.』

하는 예랑의 음성은 아름다웠으나 어느 구석에 적막한 울 림이 있었다.

『그래, 내일 또. 내일 밤에는 이 버드나무 밑에 배를 대고 기다리리다.』

하는 주몽의 말은 참으로 씩씩하였다. 그렇기도 할 것이, 큰 나라를 세울 시조가 아닌가.

주몽이 집에 돌아 왔을 때에는 어머니 유화 부인의 부르는 전갈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이라는 것은 유화 부인이 거처 하는 이궁이었고, 주몽도 이궁 안에 한 채를 차지하여 살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금와왕이 때때로 행차하여서 하루 이틀을 쉬어 가는 일이 있었다.

『어머니 아직도 일어 계시오?』

주몽은 유화 부인이 기대어 달을 바라고 앉았는 난간 가까 이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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