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곡> 김내성 장편소설
電話[전화]의 女人[여인]
오전 열한 시를 조금 넘은 을지로 네거리 ─ 이맘 때쯤 되고 보면 이 일대 에 걸친 중심지는 도회적인 감각과 정열 속에서 완전히 무르익어 가기 시작 할 무렵이다.
파동치는 인파를 좌우로 가르며 하이야, 자가용, 찦차, 뻐스, 츄럭, 쓰리·코 오터, 자전거, 전차가 홍수처럼 도도히 흘었고 그 끊임 없이 흐느적거리는 거대한 율동에 반주나 하드시 경적과 궤음과 확성기가 쉴새 없이 소리소리 를 질렀다.
그 어지러운 율동과 소란한 잡음 속에서 삼십 대의 쩌널리스트 고영훈(高永 薰)은 도회적인 정열과 감각을 거스름 없이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한 사람의 순수한 도회의 아들이었다. 도회서 나고 도회에게 자랐다. 눈이 뒤솝히고 신경이 경련을 이르키는 이 어지러운 율동과 소란한 잡음이 그에게 있어서는 한 잔의 모 ─ 닝·커피와 함께 없어서는 아니 될 자극제가 이미 되어 있는 것이다.
하루에 단 한 시간씩이라도 이 도회적인 정열과 감각 속에 젖어 보지 않고 서는 삶의 보람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그의 생리는 잘 조정(調整)되어 있었다.
『오늘 쯤 은주에게서 또 편지가 왔을는지 모른다.』
여성 잡지「신여인」(新女人)의 편즙장 고영훈은 약혼자인 한은주(韓恩珠) 의 총명한 모습을 무심중 머리에 그렸다.
그것은 고영훈이가 을지로 입구에서 뻐쓰로부터 뛰어 내리는 순간의 일이 었다.
한 주일에 한번씩, 혹은 열흘에 한번씩은 꼭꼭 편지가 온다. 전화로나 또는 만나서도 넉넉히 될 일을 은주는 곧잘 편지로 쓴다.
『어젯 밤엔 영훈씨,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주무셨는 지, 똑 바로 한번적어 보내 보세요. 제 생각, 한번도 안 하고 주무셨대도 좋 아요. 나무랠 은주는 이미 아니니까 어니 한번 양심적으로 적어 보내 보세 요. 허위가 있는지 없는지, 제가 그걸 엄격하게 채점(採點)을 해서 요 다음 만날 때 갖구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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