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

박명

<박명> 한용운 장편소설
박명(薄命)

굽이치고 휘돌아서 길이 오백여 리를 흐르는 동안에 농사 짓는 물로서는 많은 이익을 주며, 마침내 대경성(大京腥)의 칠십만 인구에게 음료수를 제공하고, 배와 떼를 운전하여서 모든 물화의 운수의 편의를 주면서 낮과 밤으로 흐르고 흘 러서 서해 바다로 들어가는 한강(漢江)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러한 한강 근원의 한 가닥인 설악산(雪嶽山) 물은, 그 한 잔에 지나지 못하는 첫 근원이 그 산의 제일 상봉인 청봉 (靑峰) 밑에 있는 봉정암(鳳頂庵)의 근처에서 나서, 이조 단 종(端宗) 때의 생육신(生六臣) 중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매 월 당 김 시습(梅月堂金時習)이 산에 올라 울고 물에 임하여 울다가 마침내 중이 되어서 부처님에게 귀의하던 오세암(五 歲庵) 밑으로, 또는 김삼연(金三淵)의 끼친 자취로 이름을 전하는 영시암(永矢庵)을 안고 돌아서, 그 산의 큰절인 백담 사(百潭寺)를 지나며 등, 칡, 댕댕이 덩굴을 뚫으며 바위 뿌 리를 감돌아서 구름과 안개의 맑고 거룩한 지역으로만 흐르 다가 티끌 세상의 첫걸음을 밟게 되는 데가 설악산의 첫 어 귀인 가평(加坪)이라는 동리였다.
그 동리의 북쪽으로 산기슭에 화전(火田) 비슷한 길찬 밭이 있는데, 누가 보든지 메마르게 보이는 밭이었다. 그 밭 중간 두둑의 한쪽 끝에서 김을 매고 있는 계집아이는 복(伏)지경 에 내리쬐는 볕을 가리기 위하여 조그마한 떨어진 수건에 물을 적셔서 머리 위에 얹었으나, 불 같은 햇볕과 김 같은 바람이 한 조각 수건에 전신 물기운의 서늘한 맛을 그 아이 에게 한 동안이라도 이바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 여 그 아이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 위의 수건을 몇 번이나 다듬거려서 고쳐 썼으나 그 수건은 마침내 뜨거운 볕을 가 려주지 못하였다. 그 아이는 호미 잡았던 손으로 이마에서 흘러서 눈으로 들어가는 땀줄기를 씻었다. 그렇게 할 때마 다 손에 묻었던 흙이 땀에 배어서 눈으로 들어가서 눈알은 쓰라리고 쓰라리곤 하였다. 그리하면 날아간 수건을 줍거나 치마끈의 한 끝으로 눈도 씻고 땀도 씻곤 하였다. 아무리 지극히 공평되고 사정이 없는 태양으로, 찰 때는 차고 더울 때는 더워서 이것저것을 가리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아이에 게는 너무도 애처로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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