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중일전쟁 이후 사회주의 문인들은 국내·외적인 이유로 사회주의와의 결별을 강제당하고, 이로 인해 자신들이 나아갈 문학적 방향에 대한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무엇보다 이 시기 사회주의 문인들에게 핵심적인 과제는 자기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회주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주의 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의 계기가 다름 아닌 사회주의에 대한 바람직한 애도의 양상과 맞닿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카프(KAPF, 조선무산자예술가동맹)에 충실했던 김남천에게도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애도는 자기 정체성 구성의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김남천의 [맥]은 이 시기 김남천이 지니고 있던 사회주의에 대한 입장 등을 예리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김남천의 [맥]은 [경영]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 연작소설에는 김남천 소설에서는 최초로 프로이트적인 의미의 애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인물인 오시형이 등장한다. 그는 사회주의로부터 동양주의로, 최무경으로부터 아버지의 품으로 리비도의 이동을 깔끔하게 수행한다. 오시형은 과거의 대상에 대한 완벽한 상징화와 의미 부여에 이른 모습까지 보여준다. 최무경은 독실한 신앙을 가진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시형을 사랑했고, 오시형을 옥바라지하기 위해 취업 전선에 나갔고, 보석 운동을 하느라 발이 닳도록 뛰었으며, 뼈가 시그러지도록 일을 하였다. 그러나 오시형은 손쉽게 이별을 선언하고, 아버지가 소개하는 도지사의 딸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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