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군에게 ; 조명희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자네를 본 지 벌써 이 주일이나 되었네그려. 그래 그 동안에 몸도 성하고 글 같은 것도 많이 쓰는가? 나는 그 동안에 전에 있던 감방에서 북쪽 맨 끝방으로 옮아왔네.
옮아온 방이라고는 전보다 별로 나을 것은 없으나 그러나 귀퉁이방이라 그러한지 전날 같으면 여름철 긴긴 날에도 햇빛 한 점 구경 못 했더니, 이곳으로 온 뒤는 지는 해가 뒷산 봉우리에 걸칠 때쯤 되면 한 십 분 동안이나 창 귀퉁이 옆으로 큰 대접 넓이만한 햇살이 방바닥에 간신히 들여비치네그려. 십 분 동안의 햇빛이, 대접 넓이만한 햇빛이. 여보게 이 사람, 광명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도리어 상상키도 어려운 일일세.
내가 하루 한 번씩 운동장에 나가기 전에는 조용히 방 안에 앉아 햇빛을 몸에 받아 보기는 처음일세그려. 마음에 어떻게나 신기하겠나. 신기하다는 말보다 감격하다는 말이 옳을 듯싶네. 이것 보게그려. 한방에 같이 앉았던 죄수 하나는 쫓아가 그 햇빛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네그려…….
이 사람은 나와 마찬가지로 여러 달 동안 어두운 데서만 지내던 사람인 줄은 이것으로 미루어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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