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를 등지면서 간도야 잘 있거라 ; 강경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간도를 등지면서 간도야 잘 있거라 ; 강경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나는 이러한 옛날을 그리며 아까 역두에서 안타깝게 내 뒤를 따르던 어린 거지가 내 앞에 보이는 듯하여 다시금 눈을 크게 떴을 때, 차츰 멀어가는 용정 시가 위에 높이 뜬 비행기, 그리고 늦은 봄바람에 휘날리는 청홍흑백황(靑紅黑白黃)의 오색기가 백양나무숲 속으로 번듯거렸다.
차창으로 나타나는 논과 밭, 그리고 아직도 젖빛 안개 속에 잠든 듯한 멀리 보이는 푸른 산은 마치 꿈꾸는 듯, 한 폭의 명화를 대하는 듯, 그리고 아직도 산뜻한 아침 공기 속에 짙은 풀 냄새와 함께 향긋한 꽃 냄새가 코밑이 훈훈하도록 스친다.
밭둑 풀숭쿠리 속에 좁쌀꽃은 발갛게 노랗게 피었으며, 그 옆으로 열을 지어 돋아나는 조싹은 잎새를 두 갈래로 벌리고 벌겋게 타오르는 동켠 하늘을 향하여 햇빛을 받는다. 마치 어린애가 어머니 젖가슴을 헤치듯이 그렇게 천진스럽게 귀엽게!…… 어디선가 산새 울음 소리가 짹짹하고 들려온다. 쿵쿵대는 차바퀴에 품겨 들리는 듯 마는 듯.
“어디 가셔요!”
하는 소리에 나는 놀라 돌아보니 어떤 트레머리 여학생이었다. 한참이나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서울까지 갑니다. 어디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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