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어 ;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냉동어 ; 채만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냉동어> 작품
……바다를 향수하고, 딸의 이름 징상을 얻다.
××빌딩 맨 위층 한편 구석으로 네 평 남짓한 장방형짜리 한 방을 조붓이 자리잡고 들어앉은, 잡지 춘추사(春秋社)의 마침 신년호 교정에 골몰한 오후다.
사각, 사각…….
사그락, 삭삭…….
단속적으로 갱지(更紙)에 긁히는 펜 소리 사이사이, 장을 넘길 때마다 종이만 유난히 바스락거릴 뿐, 식구라야 사원 셋에 사동 하나 해서 단출하기도 하거니와, 잠착하여 아무도 깜박 말을 잊는다.
종로 한복판에 가 섰는 빌딩이라, 저 아래 바깥 거리를 사납게 우짖으며 끊이지 않고 달리는 무쇠의 포효와 확성기의 아우성과 사이렌과 기타 도시의 온갖 시끄런 소음이, 그러나 이 방 안에선 그리하여 잠깐 딴세상의 음향인 듯 마치 스크린의 녹음처럼 바투 가까이서 아득하니 귀에 멀다.
스팀이 푸근히 더워, 사동은 구석 걸상에서 입을 벌리고 편안찮이 졸고 앉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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