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빈 ; 백신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적빈 ; 백신애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그의 둘째 아들이 매촌(梅村)이라는 산골에 장가를 간 후로는 그를 부를 때 누구든지 ‘매촌댁 늙은이’라고 부른다. ‘늙은이’라는 위에다 ‘매촌 댁’이라고 특히 ‘댁’자를 붙여 부르는 것은 이 늙은이가 은진 송씨(恩津宋氏)인 고로 송우암(宋尤菴) 선생의 후예라고 그 동리에서 제법 양반 행세를 해오든 집안이 친정으로 척당이 됨으로서의 부득이한 존칭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존칭으로 ‘댁’자를 붙여 준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아무래도 ‘매촌댁 늙은이’하면 의례히 ‘더럽고 불쌍하고 남의 일 해주는 거지보다 더 가난한 늙은이다’하는 멸시의 대명사로 여기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요즈음에 와서는 ‘매촌댁 늙은이’라고 ‘댁’자를 쑥 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졌다. 그래도 늙은이는 그것을 노엽게 생각할 만한 양반에 대한 애착심이 낡아빠져서 아무런 생각도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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