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뜨려지는 홍등 ; 이효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깨뜨려지는 홍등 ; 이효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깨뜨려지는 홍등(紅燈)
저문 거리 붉은 등에 저녁 불이 무르녹기 시작할 때면 피를 말리우고 목을 짜내며 경칩의 개구리떼같이 울고 외치던 이 소리가 이 청루에서는 벌써 들리지 않았고 나비를 부르는 꽃들이 누 앞에 난만히 피지도 않았다.
「상품」의 매매와 흥정으로 그 어느 밤을 물론하고 이른 아침의 저자같이 외치고 들끓는 화려한 이 저자에서 이 누 앞만은 심히도 적막하였다.
문은 쓸쓸히 닫히었고 그 위에 걸린 홍등이 문앞을 희미하게 비치고 있을 따름이다.
사시장청 어느 때를 두고든지 시들어 본 적 없는 이곳이 이렇게 쓸쓸히 시들었을 적에는 반드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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