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문과 당태종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개소문과 당태종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개소문(蓋蘇文)과 당 태종(唐太宗)
도성 안은 평시와 조금도 다른 데가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작년도 재작년도 그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장사아치는 가게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노인들은 한가스러이 길거리를 거닐고, 장인바치는 여전히 이마에 핏대를 세워가지고, 마치를 두르며― 솔개는 하늘을 날고 쥐는 땅을 기고….
“이럴까?”
신라(新羅) 사람 구문사(仇文司)는 자기의 예기, 또한 천하의 통례(通例)와 딴판인 이 고구려 서울(평양)의 오늘의 광경에, 의외의 얼굴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당사(唐使)가 이 서울에 돌아온다. 더구나 이번의 당사는 보통 다른 때(자기네 나라인 신라 등지에도 오는) 그런 따위의 낮은 관원이 아니요, 당나라에서도 천자[唐太宗[당태종]]의 신임 두터운 높은 관원― 사농승상(司農丞相) 현장(玄獎)이다. 더구나 천자의 내사(賚賜) 친서를 받들고 온다. 자기네 본국인 신라(뿐 아니라 천하 어느 나라이든)에서는 이런 높은 관원은 커녕 얕은 관원일지라도, 명색이 ‘칙사’혹은‘상사’라 붙는 이상에는 미리부터 그 맞이 준비에 떠들썩하며, 위아래를 통하여 무슨 명절이나 맞는 듯이 야단법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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