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부 이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호미부 이제 ; 김동인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신라 원성왕 때였다.
그때 신라의 풍속으로 팔월 여드렛날부터 보름날까지 <복 회>라 하는 것이 있어서 남녀 노소를 물론하고 흥륜사(興輪 寺)의 전탑을 도는 것이 연중행사로 되어 있었다. 단풍 핀 나무 아래를 무수한 남녀 노소가 복을 빌면서 전탑을 두고 돌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해 팔월 보름날이었다. 낭도 김현(金現)도 이 무리의 한 사람이 되어서 전탑을 돌고 있었다.
밤은 어지간히 깊었다. 중추의 달─ 오월은 머리 위를 넘 어서 벌써 조금 서쪽으로─ 초저녁에는 쏟아져 넘칠 듯이 많던 선남 선녀도, 밤이 깊 음을 따라서 차차 제집으로 돌아갔다. 한 사람, 두 사람, 한 패, 두 패씩, 차차 돌아가서, 마침내는 그 넓은 흥륜사의 경 내도 쓸쓸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를 김현은 혼자서 그냥 요 보를 계속하고 있었다.
다들 돌아간 밤중까지 이렇게 요보를 혼자서 계속한다고 특별히 김현에게는 무슨 기원이 있는 바가 아니었다. 밝은 달빛과 고요한 경내와 젊은 마음과 울창한 수목과 신비스러 운 사위는 그로 하여금 그냥 여기서 저 혼자서라도 돌게 한 것이었다.
「자박 … 자박…」
저 편에서 문득 작은 발소리가 났다.
「나밖에도 아직도 사람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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