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麥); 김남천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맥(麥); 김남천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맥(麥); 김남천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맥(麥); 김남천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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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층 이십이호실에 들어 있던 젊은 회사원이 오늘 방을 내어놓았다. 얼마 전에 결혼을 하였는데 그 동안 마땅한 집이 없어서 아내는 친정에, 그리고 남편인 자기는 그전에 들어 있던 이 아파트에 그대로 갈라져서 신혼생활답지 않게 지내 오다가 이번에 돈암정 어디다 집을 사고 신접살림을 차려 놓기로 되었다 한다. 오후 여섯시가 가까운 시각, 아마도 회사의 퇴근시간을 이용하여 양주가 어디서 만난 것인지 해가 그믈그믈해서야 회사원은 색시 티가 나는 아내와 함께 짐을 가지러 트럭과 인부를 데리고 왔다. 인부가 한 사람 있다고는 하지만 삼층에서 밑바닥까지 세간을 나르고 그것을 다시 트럭에 싣고 하기에는 이럭저럭 한 시간이 걸렸다. 최무경(崔武卿)이는 아파트의 사무원일 뿐 아니라 회사원이 있던 방이 바로 제가 들어 있는 옆방이어서 여자의 몸으로 별로 손을 걷고 거들어 줄 것은 없다고 하여도 짐이 다 실리는 동안 아래층 사무실에 남아 있어서 그들의 이사하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보는 늙은 강영감이 제법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짐을 챙겨도 주고 양복장이며 책장이며 탁자며 하는 육중한 것은 한 귀를 맞들어서 인부와 회사원과 함께 운반에 힘을 돕기도 하였다.

짐을 대충 실어 놓고 회사원은 아내와 같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금(敷金) 일백오 원 중에서 이번 달 치가 오늘까지 이십팔 원, 그것을 제하고 칠십칠 원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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