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정신병원장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사립정신병원장 ; 현진건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소설> 미리보기
생각하면 재작년 겨울 일이다. 나는 오래간만에야 고향에 돌아갔었다. 십여 호가 넘던 일가집들이 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포플러 잎보다도 더 하잘 것 없이 흩어진 오늘날에야 말이 고향이지 기실 쓸쓸한 타향일 따름이다. 비록 초가일망정 이십여 칸이나 되는 우리집도 다섯 칸 오막살이로 찌그러들어 성밖 외따른 동리에 초라하게 남았고, 거기에 칠순이 가까운 아버지와 사십이 넘은 계모가 턱을 괴고 앉았을 뿐, 아들도 남부럽지 않게 많지마는 제 입 풀칠하기에 바쁜 그들은 부모님 봉양할 이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몇 달 만에야 한 번, 몇 해 만에야 한 번 집안으로 기어드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요 손님이다. 쌀밥 한 그릇, 고깃국 한 대접을 만들어 먹이기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얼마나 고심하는 것을 잘 아는 나는 얼른 데밀어다 보고는 선선히 일어서는 것이 항례이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내 시세와 우리 집안 형편을 늘어놓자는 것은 아니다. 음산하고 참담한 내 동무 하나의 이야기를 기념 삼어 적어두자는 것이다.
아버지 집을 총총히 뛰어나온 나의 발길은 몇 아니 되는 친구가 구락부 삼아 모이는 L군의 사랑으로 향하였다. 그들은 무조건으로 나를 환영해 주었다. 반가움, 즐거움은 이야기의 즐거움으로 옮겨갔다. 서울 형편 이야기, 글 이야기를 비롯하여 친구들의 가정에 일어난 에피소드가지 우리의 화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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