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따라지 ; 김유정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봄과 따라지 ; 김유정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봄과 따라지 ; 김유정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봄과 따라지 ; 김유정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지루한 한 겨울동안 꼭 옴츠려졌던 몸뚱이가 이제야 좀 녹고보니 여기가 근질근질, 저기가 근질근질. 등어리는 대구 군실거린다

. 행길에 삐죽 섰는 전봇대에 다 비스듬히 등을 비겨대고 쓰적쓰적 부벼도 좋고. 왼팔에 걸친 밥통을 땅에 내려논 다음 그 팔을 뒤로 제쳐올리고 또 바른 팔로 발꿈치를 들어올리고 그리고 긁죽긁죽 긁어도 좋다. 번히는 이래야 원 격식은 격식이로되 그러나 하고 보자면 손톱하나 놀리기가 성가신 노릇. 누가 일일이 그리고만 있는가.

장삼인지 저고린지 알 수 없는 앞자락이 척 나간 학생복 저고리. 허나 삼년간을 내려입은 덕택에 속껍데기가 꺼칠하도록 때에 절었다. 그대로 선 채 어깨만 한번 으쓱올렸다. 툭 내려치면 그뿐. 옷에 몽콜린 때꼽은 등어리를 스을쩍 긁어주고 내려가지 않는가. 한번 해보니 재미가 있고 두 번을 하여도 또한 재미가 있다.

조그만 어깻죽지를 그는 기계같이 놀리며 올렸다 내렸다, 내렸다 올렸다 그럴 적마다 쿨렁쿨렁한 저고리는 공중에서 나비춤, 지나가던 행인이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눈을 둥굴린다. 한참후에야 비로소 성한 놈으로 깨달았음인지 피익 웃어 던지고 다시 내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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