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팽이 역사 ; 이상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지팽이 역사 ; 이상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본문 내용>
아침에 깨이기는 일찍 깨었다는 증거로 닭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또 생각하면 여관으로 돌아오기를 닭이 울기 시작한 후에 - 참 또 생각하면 그 밤중에 달도 없고 한 시골길을 닷마장이나 되는 읍내에서 어떻게 걸어서 돌아왔는지 술을 먹어서 하나도 생각이 안나지만 둘이 걸어오면서 S가 코를 곤 것은 기억합니다.
여관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듣기 싫은 여자목소리로 「김상! 오정이 지났는데 무슨 잠이요 어서 일어나요」그리는 바람에 일어나 보니까 잠은 한잠도 못잔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까 아홉시 반이니까 오정이란 말은 여관 주인 아주머니가 틀림없읍니다. 곁에서 자던 S는 벌써 담배로 꽁다리 네개를 만들어 놓고 어디로 나갔는지 없고 내가 늘 흉보는 S의 인생관을 꾸려넣어가지고 다니는 것 같은 참 궁상스러운 가방이 쭈굴쭈굴하게 놓여있고 그 속에는 S의 저서가 들어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양말을 신지않은 채로 구두를 신었더니 좀 못박인 모서리가 아파서 안되었길래 다시 양말을 신고 구두를 신고 툇마루에 걸터 앉아서 S가 어데로 갔나하고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건너편 방에서 묵고있는 참 뚱뚱한 사람이 나를 자꾸 보길래 좀 계면쩍어서 문밖으로 나갔더니 문 앞에 늑대같이 생긴 시골뚜기 개가 두 마리가 나를 번갈아 흘낏흘낏 치어다보길래 그것도 싫어서 도로 툇마루로 오니까 그 뚱뚱한 사람은 부처님처럼 아까 앉았던 고대로 앉은 채 또 나를 보길래 참 별 사람도 다많군 왜 내 얼굴에 무에 묻었나 그런 생각에 또 대문깐으로 나가니까 그때야 S가 어슬렁 어슬렁 이리로 오면서 내 얼굴을 보더니 공연히 싱글벙글 웃길래 나는 또 나대로 공연히 한번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