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순공있는 일요일 (채만식 33)

한국근대문학선: 순공있는 일요일 (채만식 33)

<한국근대문학선: 순공있는 일요일 (채만식 33)> 일요일이라서 그쯤만 믿고 열시가 가깝도록 늦잠을 자다가, 어린 놈과 안해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필경 끄들려 일어나다시피 일어나서는 소쇄를 마친 후 마악 조반상을 물린 참이었었다.
다섯 살박이 어린 놈은, 새로 장만한 모자야 구두야 양복 등속을, 죄다 벌써 떨쳐 입고는 물병까지 둘러메고, 문간으로 마당으로 우줄우줄
뛰어다니면서 나더러도 어서 얼른 채비를 차리고 나서라고 재촉을 해쌓는 것이었다.
안해는 또 안해대로 부엌에서, 마지막 내가 물린 밥상을 대강 치우느라고 재빠르게 서두는 모양이더니, 이윽고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면서 나오는데, 입은 연방 벙싯벙싯 다물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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