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빈 (채만식 16)> 유모는 몸뚱이며 얼굴이 물크러질 듯 벌겋게 익어가지고 욕실(浴室) 밖으로 나왔다.
오정때가 갓 겨운 참이라 욕실 안에서는 두엇이나가 철썩거리면서 목간을 하고 있고, 옆 남탕에서는 관음 세는 소리가 외지게 넘어와서 저으기 한가롭다.
제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주인 아낙네가 유모가 열고 나오는 문소리에 정신이 들어 싱겁게 웃어보인다.
유모는 수건을 둘러 중동만 가리고 체경 앞에 넌지시 물러서서 거울 속으로 뚜렷이 떠오른 제 몸뚱이를 홈파듯이 바라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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