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농민의 회계보고 (채만식 12)> 병문이가 나를 찾아 서울로 온 것이 바로 지난 오월 그믐이다.
눈과 신경과 그리고 사지가 노그라지게 지친 몸으로 회사 ― 인쇄소의 옆문을 무심코 열어 동무들의 틈에 끼여 나오느라니까
“학순이!”
하고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전라도 악센트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하고 휘휘 둘러보는데 저편 담 밑에 섰던 웬 헙수룩한 시골사람이 나를 보고 반기며 쫓아온다.
나는 정말 병문이를 선뜻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가 쫓아와서 내 팔을 두 손으로 덥석 붙잡고(그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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