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산동이 (채만식 08)> 사 년 전. 웬만큼 깊어가는 가을 어느날이었었다. 아침부터 구죽죽하게 내리는 비는 가을날의 싸늘한 기운을 한층 더 도와 추레하고 음산한 기분이 사람사람의 마음을 무단히 심란하고 궁금하게 하였다.
백 년을 살아도 철을 모르는 말초신경 시인들은 구슬픈 리듬을, 외로운 어머니는 멀리 간 아들을, 젊은 과부는 오지 못하는 남편을, 세상살이에 어려운 사람은 살림살이를, 그리고 돈이 있고 일이 없는 늙은 호색한(好色漢)은 젊은 계집의 부드럽고 다스한 살을…… 생각나게 하고
그립게 하는 날씨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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