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과도기 (채만식 02)> 이처럼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이 나고 그를 따라 자기의 안해가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밤은 이미 훨씬 깊었고 창 밖에서는 거친 바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때는 아직 삼월 초생이라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바람끝이 몹시 싸늘하였다. 방 안은 등불을 꺼버렸으므로 굴속같이 컴컴하여 서로서로의 얼굴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봉우는 찬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느라고 덮었던 이불을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똘똘 말아 덮었다. 한즉, 한참만에 방바닥에서는 따스한 기운이 다시 찬 이불 속으로, 스며올라와 그는 포근한 쾌감을 느꼈다. 이 포근포근한 쾌감에 싸인 그의 육체는 다시 자기의 아내인 이성의 불안스러운 숨소리, 그윽한 살냄새, 더우기 머리털에서 우러나는 기름 냄새의 자극을 받아 산뜻한 성욕의 충동을 일으켰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