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삽화 (채만식 01)

한국근대문학선: 삽화 (채만식 01)

<한국근대문학선: 삽화 (채만식 01)> 노상 어리석은 소견일는지 몰라도, 나는 집이라는 걸 두고 생각을 그렇게 하기는 그때나 시방이나 일반이다. 그만큼 집은 매양 나를 성가시게 하고, 마음 번거롭게 하고 하기를 마지않는다.
방구들이 조금 꺼진 자리를, 섣불리 뜯었다. 큰 덤터기를 만났다. 어떻게 된 셈인지, 손바닥만하던 구멍이, 손을 댈수록 자꾸만 커져가는 것이다. 손바닥 하나만 하던 것이 둘만 해지더니, 그 다음 셋만 해지고, 셋만 하더니 다시 넷만 해지고…… 한정이 없으려고 한다. 잘못하다 구들을 온통 다 뜯게 될까보다.
직경 한 자 둘레나 뻥하니 시꺼먼 구멍을 뚫어놓고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검댕 묻은 손을 마주잡고 앉아서, 어찌하잔 말이 나지 않는다. 웬만큼 아무렇게나 막는 시늉을 하자니 번연히 그 언저리가 한 번만 디디면 또 꺼질 것, 손을 더 대자니, 적어도 구들을 한 골은 다 헐어야 끝장이 날 모양이고, 그러니 그렇다고 이렇게 뜯어젖힌 채 내버려 두고 말 수는 차마 없는 노릇, 쩝쩝 다시어지느니 입맛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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