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개월 (한국문학전집 400)

8 개월 (한국문학전집 400)

<8 개월 (한국문학전집 400)> 내게는 심한 병이 있다. 그것은 위병인데 벌써 그럭저럭 십여 년이 된다. 철모를 제는 그것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또 앓아 누으면 과자며 과일 사다주는 재미에 앓고도 싶은 적이 있었으나 한 번 고단한 신세가 되고, 또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때에 와서는 병이란 과연 무서운 것이라는 느낌이 더욱 커진다.

한 번 병에 붙잡히면 만사가 그만이다.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일을 할 수 없고 위가 찢어지게 아픈 때면 너무도 괴롭다.

‘병의 쓰림을 모르면 건강의 행복도 모른다’고 어떤 벗이 나하고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것도 일리는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병 없기만 소원이다. 더구나 내 처지로서 병이 없어야 할 일이다. 할일은 많은데 병은 나고, 병은 났대도 고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는 늘 위산을 먹는다. 이것도 먹기 시작한 지가 삼 년째다. 그전에는 그것도 못 먹었다. 친구들은 내가 위산을 먹는 것은 버릇된다고 나무란다. 의사에게 뵈이고 상당한 약을 쓰라고 권한다. 그러나 나는 들은 체 만 체하고 위산을 여전히 먹는다. 권하던 친구들은 혀를 차면서 인제 버릇됐다고 나무란다. 나는 구태여 거기 변명을 하지 않는다.

내 병에 태전위산이나 호시위산이 꼭 상당한 약이 아닌 것은 나는 잘 안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약을 쓰면 내 위장에 잘 맞을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없이 먹는 것이다. 병은 심하고, 괴롭기는 하고, 그래도 살고는 싶고, 어쩔 수 없이 먹는다. 병원에 가자면 적어도 이삼 원은 가져야 이삼 일 먹을 약을 가져올 것이고 위산은 이삼십 전이며 삼사일 분을 살 수 있으니 그것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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