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없던 그림자 (한국문학전집 384)

교섭없던 그림자 (한국문학전집 384)

<교섭없던 그림자 (한국문학전집 384)> 못 잊는 여자 이 분홍색 ! 제목이 실없이 나를 괴롭게 하였다. 몇 마디 적기는 적어야 되겠는데 대관절 나에게 그런 알뜰한 이성이 있었던가. 녹주홍등(綠酒紅燈)의 거리에서 손끝에 스치는 가는 버들이 있을 법만 하건마는 그것은 괴어 오른 알코올의 거품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나는 기억의 사막에 방황해 보았다. 한 송이 어여쁜 꽃을 찾아보려고 한 줄기 그윽한 향기를 맡아 보려고 그러나 나에게 그런 아름다운 행복이 있을리 없었다. 잿빛 안개가 겹겹으로 싸인 사막은 쓸쓸하게 가로 누웠을 뿐이다. 나는 이 빛깔도 없고 윤갈도 없는 지나간 감정 생활을 돌아보매 말할 수 없는 비애가 가슴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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