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232: 은화 백동화> 인력거꾼 김첨지가 동구 모퉁이 술집으로 웅숭그리고 들어가기는 아직 새벽 전기불이 꺼지기 전이었다.
동지달에 얼어붙은 얼음장이 사람 다니는 한길 면을 번지르르하게 하여 놓고 서리바람은 불어 가슬가슬한 회색 지면을 핥고 지나간다.
옆의 반찬가게 주인이 채롱을 둘러메고 아침 장을 보러 가는지 기다란 수염에 입김이 어리어 고드름이 달린 입을 두어 번 쓰다듬으며 으스스 떨면서 나온다.
모퉁이 담배가게에서는 빈지 떼는 소리가 덜그럭덜그럭 나고 학교 갈 도련님의 아침먹을 팥죽을 사러가는 행주치마 입은 큰대문집 어멈은 시 뻘건 팔뚝을 하나는 겨드랑이에 팔짱 찌르고 한 손에는 주발을 들고 동리 죽집으로 간다. 저편 양복점과 자전거포는 여태까지 곤하게 자는지 회색칠한 빈지가 쓸쓸히 닫히었다. 선술집에는 노동자 두엇이 막걸리잔을 들고 서서 무슨 이야기인지 흥치있게 떠들고 있다. 국자를 든 더부살이 하나는 새까만 바지 저고리를 툭툭 털면서 더 자고 싶은 잠을 쫓아보내느라고 긴 하품을 두서너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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