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229: 어머니

한국문학전집229: 어머니

<한국문학전집229: 어머니> 이춘우(李春雨)가 시골서 돌아온지 사흘이 지났다. 그는 자 기 집 건넛방 자리 속에 누워서 두눈을 깜작깜작 하며 담배 만 피우고 있다.

아침 해가 동향한 미닫이에 뜨겁게 쬐는데, 벌써 먼 곳에 서는 이슬 흐르는 잎사귀 밑에서 시원히 노래하는 매미 소 리가 들리게 부엌에서는 아침밥을 짓는지, 솥뚜껑 열었다 닫는 소리와 소반위에서 떨어지는 숟가락의 울리는 소리가 춘우의 귀에 다시 가정에 돌아온 맛을 느끼게 한다.

춘우는 담배를 재떨이에 아무렇게 비비고, 팔로 깍지를 껴 서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천장위만 물끄러미 처어다보고 있 다가, 다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춘 우의 조그만 눈속은 얇은 눈껍질 사이로 스미어드는 광선으 로 말미암아 어두려 하는 저녁도 같고, 밝으랴 하는 새벽과 같이 어두움에 약간의 광명이 섞이여 무한대(無限大)의 공간 을 펴놓았다. 모든 환상(幻想)을 지었다가 그리었다 차려 놓 았다. 집어 치었다. 뛰놀게 하다가 사라지게 하기에 아무 거 칠것이 없는 큰 무대이며 끝 없는 마당이며 네 귀퉁이를 헤 아릴 수 없는 캔퍼스(畵布)다. 지금에 그는 지금 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려는 환상의 활동을 거기에 전개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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