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228: 미정고 장편

한국문학전집228: 미정고 장편

<한국문학전집228: 미정고 장편> 가을의 세검정(洗劍亭)은 더한층 사람을 쓸쓸하게 함이 있 다. 세검정의 역사적 내력을 말할 것은 없으나 우리로서 그 자리에 서서 옛일을 돌아보는 이의 마음 가운데 물들듯이 스며드는 감상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곧 우리의 마음속에 속살거려 주는 새검정의 말일 것이니 그것을 듣는 이에 따 라서 그 말의 빛이 엷고 진함이 다르기는 할는지 모르겠으 나 그 말이 그 말일 것은 다시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날이 아직 더웁지는 아니하였으나 높다라니 개인 벽옥색 하늘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해가 장엄한 오색빛을 서 편 산 위에서 하늘을 향하여 흠뻑 퍼뜨리었다. 그 빛을 다 시 이쪽 산이 가리어 산은 산 그림자를 넣지 못한 산골짜기 위에 검은 포장을 눌러 놓듯이 높은데 얕은데 나뭇가지 시 내속 틈틈 사이사이 남겨놓지 않고 가려놓았는데 우뚝바위 위에 말없이 서 있는 세검정의 그림자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늘여서 기름하게 가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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