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319: 그믐달

한국문학전집319: 그믐달

<한국문학전집319: 그믐달> 성호 는 잠이 깨었다 (性浩) . 아직껏 전등불이 힘없이 켜져 있다. 그러나 창문에는 희번한 밝은 빛이 비치었다. 분명히 날은 새었다. 곁에서 자는 아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만 아내의 누웠던 자리를 반이나 차지하고, 누웠는 것은 네 살이 된 그의 아들 문환(文桓)이었다.

전구 안의 심지는 누렇게 물든 굵다란 실같이 보였다. 그것이 하룻밤을 밝혀 주었으리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새어 나오는 빛이 가늘었다. 그래도 성호는 그 전등을 한참 바라보는 동안에 눈이 부시어졌다. 다시 그는 눈을 스르륵 감고 말았다. 감고 있는 그의 눈앞에는 오늘의 할 것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빚쟁이, 원고지, 사진, 활자, 전차, 먼지, 윤전기, 시, 소설, 감상문, 활동사진 같은 모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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