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씨 행장기

ㄷ 씨 행장기

<ㄷ 씨 행장기> ㄷ씨는 오늘도 회색 두루마기에 꾀죄죄한 동정, 원래는 깜장이었던 뿌우연진회색 모자에 코는 벌름하고, 뒤축은 짚신처럼 찌그러진 구두―라는 30년 전 그대로의 그 초라한 행색으로, 이 또한 30년 가까이나 살고 있는 청파 연화봉 마루턱에 다 쓰러져가는 함석집을 나오면서 기침이라기보다는 너 이놈들 오늘은 어디 한번 견디어봐라, 하고 빼무는 듯싶은 앙칼진 애햄! 소리를 치고 한길로 나서는 것이었다. 실상 이 되바라진 기침만 해도 이미 30년이나 된,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세월, 아마 40년 가까이나 된 버릇일 것이, ㄷ씨는 열다섯 되던 해부터 이 사회에 대하여 꽁한 생각을 품은 채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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