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秘)> “살려주세요!”
꼬리도 긴 비명은 이미 어두워져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수풀 속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를 짓누르는 어둠에 뭉개져 하릴없이 대기 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어젯밤 내린 비로 숲은 축축하기만 했다.
“네 아무리 소리 질러 보아야 널 구하러 올 이는 없다. 그냥 진 빼지 말고 조용히 해라.”
사내의 말에, 사내의 손아귀에 머리채를 잡혀 있던 여인이 이내 입을 다물었다. 믿고 싶지는 않았으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라의 변두리 중에서도 가장 산세가 험하고 깊어 웬만한 장정들도 지나기를 꺼려 한다는 마귀령(魔鬼嶺). 그도 짐작일 뿐 여인에게 있어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하나가 남긴 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지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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