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해방일지>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문학에 관심이 없는 이라고 할지라도 위 문구는 꽤나 익숙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 구절이다. 궂은 날씨에 병든 아내를 두고 나와 온종일 일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들고 밤늦게 귀가한 그는 싸늘하게 죽은 아내의 시신을 마주한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너무나 비극적이고 한없이 처량하다. 일제 강점기 시대 하층민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을,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다. 일제 강점기라는 사회적 배경이 자본주의라는 단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못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술 권하는 사회’의 마지막 구절 역시, 지금 다시 봐도 낯설지 않다. 이처럼 현진건의 작품은 옛스럽지 않다. '당시의 시대상'을 리얼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인데도, 100년이라는 시간 차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에 소환되고, 사랑받는다.
이 책에는 ‘최초의 근대식 문장과 사실주의적인(realism) 표현 기법을 한국문학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작가’로 평가받는 현진건의 대표 단편들을 시대순으로 실었다. 문학사적 의의 만이 아니라, 재미 측면에서도 여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와 더불어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시대에 타협하지 않고 꿋꿋하게 민족의 정신을 지켜가고자 했던 작가의 삶 역시, 한 번 더 주목받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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