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 공포 그리고 전쟁 | 앰브로스 비어스 걸작선 33> 전쟁이 개인과 가족에게 가져온 비극, 비어스가 자주 다룬 주제다. 「창공의 기병」에서 남북전쟁 당시 서로 총부리를 겨눈 아버지와 아들에게도, 「쿠드그라스」에서처럼 다행히 서로 같은 편에 소속된 형제에게조차 비극은 비켜가지 않는다. 이 단편 「앵무새」에서는 북군 소속의 그레이록 이등병과 남군 소속의 쌍둥이 형제가 등장한다. 쌍둥이라는 관계가 밝혀지면서 비어스다운 그래서 익숙한 파국과 비극이 예견된다. 그러나 전쟁의 상흔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책 속에서>
1861년 이른 가을의 어느 유쾌한 일요일 오후. 버지니아 주 남서부 산간 지역의 숲 한복판. 북군 소속의 그레이록 이등병은 커다란 소나무 밑동에 편안히 기대앉아서 두 다리를 쭉 뻗고 허벅지에 소총을 걸쳐놓은 채, 두 손은 (양 옆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움켜잡아) 총열에 올린 상태로 발견되었다. 뒤통수가 나무에 닿아 모자가 밀려 내려가면서 두 눈을 거의 가리다시피 했다. 누가 보았다면 잠이 들었다 보다 생각했을 터였다.
그레이록 이등병은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미합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었다. 그는 전선에서 꽤 먼 거리에 있어서 적군에게 포로로 잡히거나 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심리 상태는 휴식을 달가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를 불안하게 만든 원인은 이러했다. 전날 밤, 그는 바로 이 숲에서 초계 임무 중이었다. 달이 뜨지 않았지만 밝은 밤이었다. 물론 숲 속의 어둠은 짙었다. 그레이록의 초소는 좌우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자세한 상황 보고조차 어려울 정도로 초병들이 주둔지에서 쓸데없이 멀리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전쟁 초반이었고, 군 진영은 이런 실수를 용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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